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grill-me 스킬 — 클로드가 시작 전 내게 설계를 집요하게 캐묻는다

grill-me 스킬 — 클로드가 시작 전 내게 설계를 집요하게 캐묻는다

Matt Pocock의 grill-me 스킬은 클로드로 무언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설계의 비어있는 부분을 사전에 질의응답으로 찾아내고 더 많은 의도를 클로드가 알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도록 돕는 스킬입니다.

무슨 스킬인가

이름 그대로 “구워라(grill me)”입니다. 사용자가 “내 설계 좀 그릴해 줘” 또는 “스트레스 테스트해 줘”라고 부르면 클로드가 사용자에게 끝까지 캐묻습니다. 요구사항·엣지 케이스·UX·데이터 모델·실패 모드까지 다 묻습니다. 한 번에 한 질문씩, 권장 답변을 같이 붙여서 40~100번의 질문을 합니다. 결정 트리의 분기마다 미정 영역을 찾아 들어갑니다. 필요하면 코드베이스를 직접 뒤져 답을 찾기도 합니다.

만든 사람의 주장 — “스펙→코드”는 사실은 완전한 vibe coding 이 아니다. 완전한 의도를 스펙 문서에 담을 수 없다면..

Matt Pocock이 r/vibecoding 게시글에서 한 주장이 흥미롭습니다(GitHub 13K 스타까지 찍은 글입니다).

“스펙 쓰고 AI가 코드 생성”이라는 워크플로 자체도 여전히 가짜 vibe coding이다. AI가 실제로 프로젝트에 대한 당신의 멘탈 모델을 공유하지 않은 채 진행되면 매 반복마다 결과가 나빠진다.

Alignment beats speed every time for work that actually matters.

그리고 본인이 단순하지 않은 프로젝트에서 테스트해 본 결과 재작성 시간이 80% 줄었다고 합니다.

논점이 이거인 것 같습니다. 사람이 일방적으로 스펙을 쓰는 건 결국 머릿속 그림을 글로 옮기는 작업인데, 그 그림이 처음부터 흐릿하면 스펙도 흐릿하다. AI가 묻는 입장이 되면 사람은 답을 찾으려고 머리를 다시 정리하고, 그 과정에서 설계의 빈 곳이 드러납니다. AI는 그 빈 곳을 채우는 역할이 아니라 빈 곳을 가리키는 역할입니다.

댓글 반응이 재밌습니다

게시글 톤은 진지한데, 댓글은 풍자가 절반입니다.

“Now I will use my agents to answer these 100 questions.”
— Responsible-Tip4981 (202 upvotes)

가장 추천 많은 댓글이 이겁니다. 사람이 답하기 귀찮으니 다른 에이전트한테 답하게 시키겠다는 농담인데, 어떤 의미에선 정확합니다. 결국 또 다른 vibe coding이 되어버립니다.

“this is wayyyy overengineered for 99% of cases. No one wants to respond to a dentists questionnaire.”
— Matmatg21

치과 문진표 비유가 적절합니다. 작은 작업까지 100개 질문을 받으면 진이 빠집니다.

“I just treat claude as a coworker. I know stuff, he knows stuff. I make plan with him. Have him ask questions, rework the plan…”
— akolomf

이쪽이 가장 합리적인 반응 같습니다. grill-me를 거창한 스킬로 깔지 않더라도, “동료처럼 같이 계획 세우고, 묻게 하고, 다시 다듬는다”는 흐름은 별도 도구 없이도 가능합니다.

“I have a ‘drill-yourself’ skill… it is a skill I use everyday, all the time.”
— PureRely

본인은 이미 비슷한 걸 매일 쓴다는 댓글입니다. 패턴 자체는 새롭지 않고, 이름을 붙여 공유 가능한 자산으로 만든 게 grill-me의 기여라는 식으로 읽힙니다.

“lol, "grill-team-of-agents" skill incoming!”
— tieno

농담인데 시간 문제일 것 같습니다.

써볼 만한 자리는 어디일까

스킬 자체는 Matt Pocock의 skills 저장소productivity/grill-me/SKILL.md에 있습니다. 클로드가 SKILL.md 형식을 알아듣게 설정돼 있으면 바로 쓸 수 있습니다.

다만 댓글 반응처럼 모든 작업에 grill-me를 켤 필요는 없습니다. 면접 보듯이 100개 답하다 보면 “그냥 내가 짤걸”이 됩니다. 적당한 자리는 이런 정도일 듯합니다.

  • 새 프로젝트 시작점에서 큰 그림이 흐릴 때: 데이터 모델·역할 분리·실패 시나리오를 한 바퀴 돌아 볼 만합니다.
  • 여러 갈래로 갈 수 있는 결정 앞에서: 한쪽으로 가면 다른 쪽이 막힌다는 걸 미리 보게 합니다.
  • 혼자 작업해서 검토자가 없을 때: 동료가 옆에 있으면 자연히 받을 질문을 클로드가 대신해 줍니다.

반대로 버그 하나 고치는 작업, 30분짜리 리팩터, 이미 결정된 마감용 작업에는 안 켜는 게 낫습니다. 시간만 늘어납니다.

한마디만 남긴다면

grill-me의 가치는 도구 자체보다 그 발상이라고 봅니다. 백문이 불여일견, 문서 한장보다 직접 듣는 말 한마디. 회사 동료에게 코드 리뷰를 받기 전에 먼저 의도부터 들이미는 것과 같습니다. grill-me는 그걸 명시적인 스킬로 만든 셈입니다.

제 생각에 grill-me는 캐내어야 할 구상이 머릿속에 있거나, 적어도 고민하면 정해질 수 있는 상황에선 그런 100번의 질의응답을 통해 설계가 구체화될 수 있겠지만, 학습 용도이거나 연구 목적으로 프로젝트를 작게 시작해서 확장해나가는 식의 프로젝트에는 소용이 없겠습니다.

이 기사는 저작권자의 CC BY 4.0 라이센스를 따릅니다.